(그림자 전쟁) 제2장. 파괴의 시작 - 3) 드론의 흔적
밤 9시. 선상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조타실 내부는 수색 작업으로 분주했다. 에스코트호의 잔해에서 수거한 파편이 격납고 아래 분석실에 놓여 있었고, 정보참모 최서연 소령은 무표정한 얼굴로 현미경을 조정하고 있었다.
“확대 200배. 탄소섬유 복합체. 고온 충격에 변형된 흔적 있음.”
그녀의 옆에서 항해사 출신 분석관 배진성 대위가 중얼거렸다. 그의 손엔 드론 날개로 추정되는 금속성 파편이 들려 있었고, 그 위에는 국적 불명의 마킹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단순 상업용 드론이 아니었다. 군용, 그것도 고성능 설계로 보였다.
최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이건 군사 등급이에요.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사용하는 수준. 근데 어디서 들어왔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합니다. 정식 수출 경로는 당연히 아닌 것 같고요.”
이강우 함장은 분석실 벽에 기대선 채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드론이 에스코트호를 조준한 경로는 파악됐습니까?”
함장의 질문에 배진성은 노트북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이건 에스코트호가 마지막으로 송신한 항해 데이터입니다. 항로를 바꾸지 않고 직진 중이었고, 첫 타격 지점은 조타실입니다. 즉, 조종 체계를 마비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함장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곰곰이 생각했다. 조타실을 정밀하게 노린 공격. 우연이나 사고일 수는 없었다. 철저히 계획된 공격, 그것도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방식이었다.
배진성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공격은 위에서 아래로, 고도 200미터 이하에서 빠르게 낙하한 후 폭발했습니다. 자폭형 드론으로 추정됩니다.”
최서연은 화면을 넘기다 영상을 정지했다. 잔해에서 복원한 CCTV 영상에서 드론이 접근하던 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빠르고, 조용하고, 정확했다.
“탐지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 순간 통신실에서 호출이 들어왔다.
“함장님.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지시가 있습니다. 국가안보실 직접 요청입니다. 연결할까요?”
“연결해.”
브리지의 대형 스크린에 국방부 긴급 보고체계가 뜨고, 곧이어 안보실 소속의 대령이 화면에 나타났다.
“충무대왕함. 현재 수거된 파편의 분석 데이터를 즉시 송출 바랍니다. 합참과 청와대가 공동 대응 체계를 가동 중입니다. 이번 공격은 국가안보 위협 사안으로 격상됐습니다.”
이강우는 화면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청와대가 개입한 건 처음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대령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 이번 사건과 유사한 공격이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기록이 비공개로 분류되어 있어 자세한 설명은 어렵습니다.”
이강우는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럼 우리는 뭘 근거로 대응합니까?”
“정보 수집에 집중해 주세요. 곧 많은 지시가 있을 겁니다.”
화면이 꺼지자 충무대왕함 내부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숨기는 게 많군요.” 배진성이 씁쓸하게 말했다.
최서연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게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건 이제 명확해졌어요. 문제는 누가 왜, 이 타이밍에 이런 일을 벌였냐는 거죠.”
충무대왕함은 천천히 싱가포르를 향해 항해를 이어갔다. 파도는 여전히 잔잔했지만, 선박 내부의 공기는 폭풍 전야처럼 무거웠다.
그림자 전쟁 - Tom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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