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은 청와대 집무실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보고서들,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문서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그의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 초점 없는 눈동자와 멍한 표정은 그가 혼자 있을 때 습관처럼 취하는 행동이다. 특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과 무서움이 밀려올 때는 더욱 그렇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누구의 잘못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나고 어느 놈을 더 족쳐야 할 지 고민중이다. “대통령님. 준비되셨습니까?”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그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윤성민은 눈을 깜박이고, 고개를 들었다. “들어와.” 윤성민은 특유의 짜증 섞인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