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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전쟁) 제2장. 파괴의 시작 - 4) 싱가포르 입항 결정

“충무대왕함, 전투지휘실” 이강우 함장은 최서연에게 물었다. “국방부는 뭐라고 하나?” “싱가포르 창이 해군기지 입항을 지시했습니다. 싱가포르 측에는 외교부가 협조 요청하고 있습니다. 조치 완료 시점에 맞춰 입항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합니다.” “좋습니다. 병사들에게 전달하세요. - 함교에서 수동 항법으로 이동한다. 전체 병력은 기지 도착 전까지 비상 체제 유지한다. 특히 각 구역과 개인 무장 점검은 지금 즉시 실시한다. 이상.” 이강우는 일어섰고, 모든 장교들은 긴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국방부 대책회의실” 대형 모니터에는 충무대왕함의 위성사진과 함정 제원, 그리고 사고 선박의 선체 파손 영상이 실시간으로 뜨고 있었다. 정보국장이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측은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

그림자 전쟁 2025.06.07

(그림자 전쟁) 제2장. 파괴의 시작 - 3) 드론의 흔적

밤 9시. 선상은 아직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조타실 내부는 수색 작업으로 분주했다. 에스코트호의 잔해에서 수거한 파편이 격납고 아래 분석실에 놓여 있었고, 정보참모 최서연 소령은 무표정한 얼굴로 현미경을 조정하고 있었다. “확대 200배. 탄소섬유 복합체. 고온 충격에 변형된 흔적 있음.” 그녀의 옆에서 항해사 출신 분석관 배진성 대위가 중얼거렸다. 그의 손엔 드론 날개로 추정되는 금속성 파편이 들려 있었고, 그 위에는 국적 불명의 마킹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단순 상업용 드론이 아니었다. 군용, 그것도 고성능 설계로 보였다. 최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이건 군사 등급이에요.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사용하는 수준. 근데 어디서 들어왔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합니다. 정식 수출 경로는 당연히 아닌 것..

그림자 전쟁 2025.06.07

(그림자 전쟁) 제2장. 파괴의 시작 - 2) 구조 요청

“대한민국 해군작전사령부 작전통제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에 말라카 해협 일대의 해상 교통 흐름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해군 중위 박찬혁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야간작전 근무에 배정되어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평온하게 움직이는 수많은 민간 선박들의 궤적이 보였다. 바다 위의 질서는 GPS와 AIS 시스템이 만든 투명한 지도로 그려졌고, 지금까지 그 질서는 단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믿음이 깨지는 데는 단 한 줄의 교신이면 충분했다. “SOS... SOS... 에스코트호... 조타실 파괴... 공격... 구조요청... 위치는 북위 2도 10분, 동경 101도 30분...” 박찬혁은 귀를 의심했다. 민간 선박의 구조 요청이라면 통상 해양경찰로 연결되는 것이 순서지만, 이건..

그림자 전쟁 2025.06.07

(그림자 전쟁) 제2장. 파괴의 시작 - 1) 첫 번째 폭발

싱가포르항으로 향하는 말라카 해협은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의 파도는 부드럽게 흘렀고 드넓은 수평선은 평온해 보였다. 한국 상선 에스코트호 선장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조타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타실 안에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선원들은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선장은 한가한 듯 항로를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이대로라면 약 7시간 후, 오전 10시 15분, 싱가포르 입항.” 항해는 순조로웠다. 통신상태도 양호했고, 레이더에는 그 어떤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 출항 이후 단 한 번도 경고음이 울린 적이 없었다. 선원들은 긴장을 풀었고, 조타실에는 약간의 나른함이 감돌았다. “다음 항차부터는 인도네시아 쪽으로 돌리는 게 낫겠어요.” 항해사가 농담 삼아 말하자 선장은 웃으며 고개를..

그림자 전쟁 2025.06.06

(그림자 전쟁) 제1장. 속임수 - 6) 헌법재판소로의 길

윤성민은 청와대에 갇힌 채 더 이상 외부와의 연락을 시도하지 않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끝없는 절망으로 가득했다. 그는 여러 번 전화기를 들었지만,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다시 내려놓았다. 자신을 지지할 사람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이들은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 비서실장은 윤성민 앞으로 다가가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탄핵이 확정되었습니다.” 윤성민은 답이 없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멍하고,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탄핵?” “네. 대통령님. 이제 국회는 탄핵을 확정지었고,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 피할 수 없습니다.” 윤성민은 침묵했다. 세상이 바뀌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떠나면, 그 자..

그림자 전쟁 2025.06.06

(그림자 전쟁) 제1장. 속임수 - 5) 탄핵 위기

국회에서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윤성민의 자작극이 드러나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냉소로 가득했다. 윤성민은 이제 자신이 한때 좌지우지했던 권력의 중심에서 완전히 멀어져 있었다. 모든 것이 눈앞에서 붕괴되는 상황이다. 이제 그의 이름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라, 불명예라는 낙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국회의사당 앞은 혼잡했다.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시민들 또한 그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반대하는 이들은 피켓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윤성민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음일 뿐이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국회 안의 분위기는 일순간에 달라졌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정적이 흘렀고,..

그림자 전쟁 2025.06.06

(그림자 전쟁) 제1장. 속임수 - 4) 비밀 회의

회의는 대통령 관저에서 열렸다. 윤성민은 참석자들의 얼굴을 차례차례 살펴보았다. 특히 국방장관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그는 누구보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성민은 국방장관이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말투로 시작했다. “당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국방장관은 침착하게 답변한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대통령님께서 북한의 공격이라고 담화문을 발표하시는 겁니다. 진실은 어느 누구도 모릅니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도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야당의 정치적 압박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의원들 중 일부는 이 사건을 이용해 탄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론은 위험수위에 도달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나서서 해명하셔야 합니다.” 윤성민은 떠밀리는 듯 말했다. “우..

그림자 전쟁 2025.06.05

(그림자 전쟁) 제1장. 속임수 - 3) 작전 개시

새벽 3시. 청주 외곽의 작은 공항. 조용한 새벽 공기는 가벼운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비행기 소음도,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도 없는, 마치 시간마저 멈춘 듯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공작원들에게는 이런 느낌이 익숙하다. 이제 작전은 시작되었다. 그들은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여야 했다. 공작팀장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준비됐나?” “예, 준비됐습니다.” 다른 공작원이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각자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북한의 소행으로 위장한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한다. 폭발물 잔해, 군복, 음식물을 남긴다.” “조용히 움직여. 북한 특수부대를 상대한다고 생각해. 공격은 두 명이 담당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후방에서 대기해. 공..

그림자 전쟁 2025.06.05

(그림자 전쟁) 제1장. 속임수 - 2) 작전 준비

윤성민은 어젯밤에 내린 결정이 얼마나 큰 위험을 동반하는지 알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지 하루가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책상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의 뇌리에는 국방장관과 방첩사령관의 말이 맴돌았다. 그들이 설명한 작전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그 후폭풍 또한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어.” 윤성민은 중얼거리며 손끝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내린 결정은 단순히 정권을 지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이 작전이 성공하면 그의 정치적 생명은 연장될 것이고, 실패하면 그 즉시 그의 몰락을 의미했다. 그만큼 위험하고 절박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던 그는 곧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전은 언제 시작이야?” “대통령님. 작전은..

그림자 전쟁 2025.06.05

(그림자 전쟁) 제1장. 속임수 - 1) 위기의 윤성민

윤성민은 청와대 집무실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보고서들,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문서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그의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 초점 없는 눈동자와 멍한 표정은 그가 혼자 있을 때 습관처럼 취하는 행동이다. 특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과 무서움이 밀려올 때는 더욱 그렇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누구의 잘못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나고 어느 놈을 더 족쳐야 할 지 고민중이다. “대통령님. 준비되셨습니까?”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그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윤성민은 눈을 깜박이고, 고개를 들었다. “들어와.” 윤성민은 특유의 짜증 섞인 목..

그림자 전쟁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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