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물원은 야생을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때 철창 속에 갇힌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이제는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동물원인 싱가포르의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한국의 에버랜드 주토피아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동물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1. 싱가포르, 만다이 보호구역
1973년 개장한 싱가포르 동물원은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동물원이었습니다. 이후 1994년 세계 최초의 야간 전용 사파리 '나이트 사파리'가 문을 열었고, 2012년 '리버원더스', 2023년 '버드 파라다이스'까지 더해지면서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Mandai Wildlife Reserve)'이라는 이름 아래 통합되었습니다.
만다이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울타리를 최소화하고, 동물 중심의 생태 환경을 재현한다는 것입니다. 서구권의 전통적인 동물원이 관람객의 시선을 고려한 동선 중심 설계였다면, 만다이는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설계를 최우선합니다.
이들은 철창, 울타리 대신 해자(구덩이), 식생, 지형을 활용해 동물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형성하며, 동물은 '전시'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서식지 안에서 관찰되는 '주체'가 됩니다.
[주요 테마 Zone]
- Singapore Zoo: 열대우림을 테마로 한 대표적인 종합 동물원
- Night Safari: 맹수의 야간 활동을 직접 관찰하는 세계 최초의 야간 동물원
- River Wonders: 민물 생태계 및 자이언트 판다 중심의 체험형 존
- Bird Paradise: 다양한 기후권의 조류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최신 조류 전시관
나이트 사파리 관람차에 탑승한 승객들은 풀숲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호랑이와 늑대 그리고 사슴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두운 숲 속에서 그들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조용히 승객들을 바라봅니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낮 시간에도 울타리나 펜스 없이 관람객이 직접 걸으며 야생동물을 바로 눈앞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간 구성과 운영 방식은 다른 나라의 동물원들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만다이만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2. 한국, 에버랜드 주토피아
한국의 에버랜드는 1976년 개장 이래로 국내 동물원 문화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왔습니다. 초기에는 서구식 철창 구조였으나, 2000년대 들어 '사파리 월드', '로스트 밸리' 등 몰입형 체험 공간을 도입하며 본격적인 체험형 동물원으로 전환합니다. 이는 동물의 생태와 사람의 감정을 연결시키는 데 초점을 둔 접근 방식입니다.
2016년에는 자이언트 판다 부부가 입국하며 '판다월드'가 개관되었고, 이들의 첫 자녀인 '푸바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물 셀럽으로 떠올랐습니다. 단순한 전시가 아닌, 동물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교감을 강화하는 구조로 자리 잡았습니다.
[주요 테마 Zone]
- 사파리 월드: 백호, 사자, 곰 등을 버스로 관람
- 로스트 밸리: 기린, 코끼리 등과 수륙양용차를 타고 근접 체험
- 판다월드: 푸바오와 그 가족의 일상을 담은 전시 공간
- 펭귄월드, 몽키밸리, 뿌빠타운, 버드파라다이스: 가족 중심 체험형 존
이들 공간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감정 교류와 학습을 동반한 인터랙티브 체험에 중점을 둡니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동물과 쉽게 교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2024년 봄, 푸바오의 중국 복귀가 확정되었을 때, 많은 국민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어린이는 판다월드를 떠나는 푸바오에게 손편지를 남기고 흐느꼈고, 이는 언론에 보도되며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단순한 '관람' 이상의 존재로 자리 잡은 동물이 얼마나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3. 주요 특징 비교
두 동물원은 방향성은 다르지만,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각자의 방식으로 실현해가고 있습니다. 하나는 조용한 숲 속의 동물에게 다가가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즐거운 체험을 통해 동물과 감정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싱가포르, 만다이 보호구역
- 전체 연간 방문객은 약 500만 명, 그중 싱가포르 동물원이 약 170만 명
- 총 동물 수는 3,500여 마리, 종 수는 약 400종
한국, 에버랜드 주토피아
- 에버랜드 연간 방문객 약 600만~7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주토피아를 방문하는 것으로 추산
- 동물 수는 약 2,000마리, 종 수는 약 200여 종
항목 | 만다이 (싱가포르) |
주토피아 (한국) |
철학 | 생태 보존, 동물 중심 |
감정 교류, 가족 체험 중심 |
주요 방식 | 울타리 없는 자연 관찰 |
몰입형 체험형 관람 |
관람 구조 | 조용한 숲속 산책 |
체험 차량, 실내 존 중심 |
대표 동물 | 자이언트 판다, 수달, 큰부리새 |
푸바오, 기린, 백호, 펭귄 |
차별화 | 비전시형 관람, 생태 중심 설계 |
가족 감성형 콘텐츠와 교감 중심 운영 |
아이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주말이면 종종 가족 나들이로 에버랜드를 찾았습니다.
특히 동물원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였습니다. 동물들이 구역별로 잘 정리된 공간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정해진 동선을 따라 유리창 너머의 동물들을 하나씩 바라보거나, 사파리 관람차를 타고 멀리서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구경하곤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저 역시 자연과 가까워졌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로 이주한 후 처음 찾은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는 전혀 다른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울타리나 철창, 유리벽 없이 자연 지형과 식생으로 공간이 구분되어 있었고, 관람객은 그 안을 천천히 걸으며 동물들을 바로 눈앞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동물은 우리 눈 아래에 보여지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조심스레 다가가는 대상처럼 느껴졌습니다.
해자(구덩이)와 숲길이 자연스럽게 사람과 동물의 공간을 구분하면서도, 그 경계는 마치 우리가 같은 자연 안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조화로웠습니다.
이 두 동물원의 차이는 단순히 시설이나 운영 방식의 차이를 넘어서,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동물을 보다 가까이서, 재미있게 체험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면, 싱가포르에서는 동물이 원래 살아가는 환경에 최대한 가깝게 머무를 수 있도록 설계하고, 관람객이 그 자연에 들어가 조용히 관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전자는 체험과 즐거움 중심, 후자는 생태와 공존 중심의 철학이 느껴졌습니다.
최근 에버랜드의 판다월드도 약간은 비슷한 컨셉입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사람과 동물 간의 교감에 더욱 초점을 맞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 푸바오를 중심으로 한 판다 가족의 일상은 유리벽 너머에서 지켜보는 관람객에게 따뜻한 감정을 전하며, 동물을 구경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느끼게 했습니다. 사육사와의 교감, 일상 공개, 생일 이벤트 등은 동물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연결을 강조하며, 에버랜드 역시 공존의 가치를 점차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동물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동물원이었습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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